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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상의 연속...'기적'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1.11.08 11:07 수정 2021.11.10 16:13

'기적'이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세요?
옛날 어른스님께서 멀리 만행다녀 오시곤 종무소에 들러 '동안에 별 일 없었냐?'라고 물으시니 종무원의 종사자는 '네, 큰스님 별고없이 무탈했습니다'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러자 큰스님께서는 그동안에 기적이 있었구나 하며 안도하셨다는 것입니다. 별고없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프랑스 프럼빌리지에서 교화활동을 펼치고 계시는 세계적인 선승 '틱낫한'스님께서는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평지 위를 평온한 마음으로 걷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범부중생의 입장에서는 대단하다고 여길 기적이라는 것을 대선지식들은 이다지도 평범하게 여기시며 매사에 감사했다는 것입니다.
어제 저도 놀라운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저의 폐부를 깊이 자극하는 노래 하나를 만나 가창연습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어제 오전 법당에서 그 노래를 연습하던 중 법당 마루 좌복위에 이쁘지 않은 벌레 한 마리가 조신하게 앉아 있였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파리채로 잡던지, 휴지로 잡았을 것을 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합장반배하며 이렇게 말 건넸습니다.
"너도 내 음성공양을 들으려는 것이냐. 그래 들어 줘서 고맙구나. 내 한번 정성다해 불러보마."
그런 후 연습곡을 잘 마쳤습니다. 그런데요. 그 아이는 그 자리에 반듯이 자리하고 있었고 쪼그려 앉은 저의 손바닥위로 사뿐히 올라 오는 것이었습니다.
풀섶에 내려주고 돌아설 때 그 기쁨을 표현할 길이 없더군요.
바로 생명의 조화, 생명의 평화라는 기적을 본 것이었습니다. 눈 밝게 뜨고, 귀 활짝 열어 나와 너가 더불어 자비로울 수 있음이 극락이더라는 진리를 체험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기적은 일상의 연속이어야 했습니다.

↑↑ 자명스님(기원정사 주지)


[자명스님(기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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