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에서 내려오는 일화 가운데 ‘일월삼주(一月三舟)’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이 말은 하나의 달과 세 척의 배라는 의미로서, 달은 하나이지만 세 척의 배에 탄 사람들이 각각의 경우에 따라 다르게 보는 것을 말합니다.
즉 멈추어 있는 배에서 달을 보면 달은 정지하고 있고, 남쪽을 향하는 배에서 보면 달도 남행을 하는 것으로, 북쪽으로 가는 배에서 보면 달 역시 북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똑같은 하나의 달을 놓고 세 사람은 각각 달리 보고, 제각기 다른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모습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작용이나 능력에 의해서 각기 다른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일상을 사노라면 많은 일들 속에 희비가 엇갈리며 똑같은 현상 앞에서도 웃는 자와 우는 자로 나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각자 자기만의 업식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름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많은 다툼과 갈등들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자기 입장을 바꾸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것은 나눔을 실천하는 한 가지 방법이요 보살행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결 같지만 중생은 근기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고 하지요.
저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지만 달을 보기보다 손가락만 보고 있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달을 보는 자 보살일 것이고, 손가락에만 집착하는 자 범부중생의 삶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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