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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수행의 핵심- 행(行)을 바꾸는 것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2.01.26 13:55 수정 2022.01.26 13:56

절집에서 살면서 신행상담을 할 때면 늘상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수행 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신행활동에 있어서 핵심은 행(行)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사소한 거라도, 특히 습관적인 행동과 성격을 고쳐 나가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흔히 소갈머리(성격)와 버르장머리(습관)를 고치는 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사소한 거 하나라도 바꾸려면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반복된 훈련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작은 거 하나라도 배웠으면 그것이 바로 그날부터 반복된 훈련으로 들어가야 됩니다. 소위 말하는 공부라는 것은 그런 훈련을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떻게 훈련을 할 것인가를 수행을 통해에서 배우는데, 이게 자칫 목적과 수단이 바뀌어 버립니다. 수행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건데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 돼버리는 것이지요. 다방면으로 아는 것은 많은데 내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떤 착각에 잘 빠지냐 하면, 예를 들어 테니스를 좀 잘 쳐 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서점에 가서 테니스와 관련있는 책들을 다 사다 봅니다. 온갖 전문가들이 쓴 설명서를 다 탐독을 해서, 포핸드는 뭐고 백핸드는 뭐고, 또 어떤 때는 공을 어떻게 받아야 되고... 등등 아주 공부를 많이 해서 달달 외워 버렸습니다.
그러면 이제 어떤 착각에 빠지냐 하면 내일이라도 라켓을 들고 코트에만 나가면 웬만한 선수처럼 나도 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쯤 되면 '나는 테니스 모릅니다' 하는 사람보다 더 가르치기가 어려워집니다. 실제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면서 나중에 코치를 만나면 오히려 코치를 가르치려 듭니다. 완벽한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으니 '제가 아는 바로는 이렇게 잡아야 하는데, 이렇게 해야 하는데..' 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행(行)이 따라주지 못한 허다한 지식은, 결국은 나의 수행조차 방해를 하는 마장으로 작용해 버립니다.
정말 아는 게 병이 될 수 있게 되는 게, 너무 공부에만 빠지거나 형식에만 치우치는 기도에만 빠지게 됩니다.
제대로 된 기도라면 기도에 빠지는 건 아주 좋습니다만은, 무슨 기도할 땐 먼저 뭐 해야 하고, 뭐 해야 하고 이렇게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너무 집착해서 빠져 버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행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의 심리상태, 습관, 감정 이런 것들을 스스로 알아차려 자각을 하고, 그 자각에 기초해서 변화를 도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산물입니다.

자명스님(기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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