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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혜로운선인들의 교훈-고사성어]패군지장(敗軍之將)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2.03.30 15:32 수정 2022.03.30 15:33

이 말은 '패군지장 불어병(敗軍之將 不語兵)'의 준말이다. 싸움에 진 장수는 병법을 논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전쟁이나 전술에 대하여 말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패배를 솔직히 받아들이는 장수의 겸손함이 깃든 표현이다.
사기(史記)의 회음후 열전(淮陰侯 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의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 대업에 앞장섰던 한신장군이 조(趙)나라 정벌 길에 정경의 협도 앞에 이르렀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지나가야할 길이었지만, 협곡의 좁은 길에서 적군의 기습을 받으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적의 협도 공격이 없을 것임을 첩자를 통해 확인한 한신은 재빨리 통과하여, 조나라를 기습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때 조나라에서는 이좌거(李左車)라는 뛰어난 군략가가 정경 협도에서 기습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대장군 진여(陳余)가 “기습은 군자가 할 도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그의 제안을 묵살하여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포로로 잡혀온 이좌거가 명장임을 알고 있던 한신이 그를 극진하게 대접하며 물었다. “나는 북으로 연나라, 동으로 제나라를 공격하고자 합니다. 좋은 계책을 알려주시오.” 그러자 이좌거는 “패장은 용기를 말할 수 없고, 망한 나라의 대부는 국가의 보존을 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찌 포로가 나라의 계책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했다.
그러자 한신이 다시 말헀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진여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지금 당신과 나는 자리를 바꾸어 앉았을 것입니다. 사양 말고 계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결국 이좌거는 한신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계략을 이야기했고, 한신은 그의 책략에 따라 두 나라를 정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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