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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어리석음의 치유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2.04.18 10:36 수정 2022.04.18 10:37

중생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세 마리의 독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바로 탐,진,치 삼독심입니다. 오늘은 그 중 치심, 어리석음에 대해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여기 한 부부가 말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아내가 남편에게 “내일이 우리 아버님 기일이야, 당신 그날 함께 꼭 가야해!” 라고 말했는데도 남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목소리를 높여 “아니 당신은 왜 그래? 왜 대답이 없어. 난 시아버지 시어머니 제사 시조부모까지 모시는데 왜 그렇게 성의가 없어?”라고 말을 하자 남편이 “아니 이 여자가 왠 소리를 질러?”라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더니 급기야 부부싸움으로 확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다가 결국 큰 싸움이 되고, 서로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것입니다.
중생의 습을 가진 인간은 누구나 어리석음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허물을 보지 않고 상대방의 허물과 약점을 찾아 공격하기를 좋아합니다. 이것이 어리석음이며, 모든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내가 괴롭지 않으려면 남의 어리석음을 보지 말고 먼저 나의 어리석음을 보아야 합니다. 나의 어리석음은 보지 않고 남의 어리석음만 보는 것은 지혜가 없는 일입니다. 모두 똑같이 어리석게 살지만 나도 어리석다고 느껴야 조금씩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남편이나 아내는 상대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무조건 내 주장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위에서 아내는 남편이 말이 없는 부분을 헤아려 “여보, 그날 무슨 일 있어? 가급적 같이 가면 좋을텐데...” 이 정도로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도 아내의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최대한 성의 있는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또한 아내를 배려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자 자신의 말과 행동에 어리석음이 있음을 인정하면 문제 해결이 됩니다.
내가 어리석은지 알 때 비로소 지혜를 얻습니다. 남의 잘못은 탓할 것이 아니라 연민의 마음으로 이해할 때 남의 어리석음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남의 어리석은 일 때문에 나까지 어리석을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욕심을 부리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냅니다. 하지만 나의 어리석음을 먼저 알아차리면 탐욕과 성냄이 차츰 줄어듭니다. 남의 잘못을 비난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현상으로 알아차릴 때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지혜를 얻어 괴롭지 않은 삶을 영위하려고 수행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몰라서 어리석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알고도 바꾸지 못하면 영원히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리석음은 모든 번뇌의 뿌리입니다. 어리석어서 생긴 괴로움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나의 괴로움은 내가 만든 것이라 오직 나만이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음을 치유하고 벗어나는 길은 먼저 내가 어리석은 중생의 습기를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자신이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할 때 탐심이나 성냄이나 어리석음이 일어나는 지를 항상 ‘알아차림’ 하는 것입니다.
셋째 만일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일어남을 ‘알아차림’하면 즉시 참회합니다.
이렇게 하면 지혜가 나와서 고통의 원인인 번뇌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자명스님(기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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