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우리 영덕 군민 여러분, 영덕군의 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영덕군수 이희진입니다.
오늘은 민선6기와 7기의 임기를 마치며 군민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그 동안 영덕 군정을 무사히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우리 영덕군민 여러분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업무에 최선을 다해온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년의 시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바쁘게 달려온 거 같습니다. 수없이 만났던 사람들과 거쳐 갔던 수많은 일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특히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던 재난과 재해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2018년, 태풍 콩레이는 기상청의 예상과 다르게 영덕에 가장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서둘러 강구 시장에 도착했을 때 가슴까지 차오른 물에 온전히 정신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습니다.
강구와 축산의 저지대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했고, 수습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다행히도, 기꺼이 힘을 보태주신 수많은 전국의 자원봉사자와 위기에 맞서 단합으로 저력을 보여주신 영덕군민이 있었습니다.
정말 야속하게도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태풍은 우리 영덕에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사실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군정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숙명이었고, 태풍 소식과 피해에 걱정으로 애태웠던 군민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밤을 새고도 현장을 돌아보며,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는 재난은 달랐습니다.
재난 안내문자는 행정안전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발송이 가능했는데, 현장에서 보면 작게는 마을마다 수십 분 사이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그래서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재난 문자를 발송할 수 있게, 영덕군에서 최초로 제도 개선을 건의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졌습니다.
작년, 영덕 시장 화재는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1시간 만에 삶의 터전이 검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묵묵하게 생업을 이어가는 상인 여러분께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겪어본 적 없던 재해였지만 우리는 달랐습니다.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은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50여개의 컨테이너가 들어섰고, 전기와 수도가 들어왔습니다. 추석 대목장 날 영덕 임시시장은 개장되었습니다. 단 열흘 만 이었습니다.
정부에서도 놀라워한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안전하고 편리한 신 영덕시장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에게 목소리 높여 물건을 파는 시장 상인들을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태풍과 코로나19, 시장화재, 대형 산불까지 5년 동안이나 우리는 재난과의 사투를 벌여왔습니다.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고난을 넘고 넘어 이 순간까지 우리는 도달했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어려울 때 한데 힘을 모아주신 4만 영덕군민이 있었습니다. 추운 날도 땀에 젖어가며 현장을 지킨 영덕군 직원이 있었습니다. 철야작업으로 서둘러주신 관련 업체 종사자 분들도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내일처럼 함께 해주신 자원봉사자 분들도 있었습니다. 관계기관의 원활한 협력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역의 오래된 갈등이었고, 재임기간 저에게 가장 큰 난제였던 원전 문제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라의 정치지형에 따라 사업의 운명도 뒤바뀌었지만, 사실 이것은 영덕 군민 모두의 문제입니다. 길고 길었던 과정 속 생겨난 피해는 온전히 영덕군민의 몫으로만 남겨지고 여기 사는 주민의 결정권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결정되었습니다.
지금도 큰 고통을 감내하고 계신 석리와 노물리, 매정리의 주민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원전 지원 특별가산금은 비민주적 정책 결정에 따른 갈등을 감내한 영덕군민이 받아야할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소송에서 충분히 승소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존경하는 군민 여러분,
처음 영덕군수로 부임할 때, 저를 향한 군민의 새로운 요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깨끗한 군정과 주민 참여입니다.
재임기간 저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내부 인사나 조직 관리 측면에서 공공연하던 잘못된 관행을 하나하나 근절해왔습니다. 이런 노력이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변화의 8년, 저의 가장 큰 자부심입니다.
주민 참여 행정은 저의 오랜 소망이기도 했습니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곧 주민 참여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소통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매년 이동군수실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참여를 위해서는 군민들이 직접 정책을 만들고 수행할 수 있는 협치 기구가 꼭 필요했습니다.
처음은 어렵지만,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농업회의소와 복지재단이 주민의 정책갈증을 해소하고, 자치역량까지 길러내는 전초기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존경하는 군민 여러분, 그리고 우리 직원 여러분
지방행정의 최우선 목표는 주민의 일상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 다음이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저는 깐깐하다는 소리에도, 주민의 일상과 관련되는 작은 사업에 늘 관심을 쏟고 지적을 하곤 했습니다.
‘맑은 공기 특별시 영덕’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도심 거리에는 화단을 심고, 덕곡천을 친수공간으로 재구성하면서 군민운동장은 과감하게 벽을 허물었습니다. 아름다운 축산천도 다시 살려나갔습니다.
생활 SOC 복합화 시설은 군민들의 일상에 건강과 편의를 크게 더해줄 것입니다.
문화관광재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방의 소도시는 사실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영덕군민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축제나 행사에 전문성을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롯이 ‘문화’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담기구로서 주민들과 곧바로 교류하며 영덕의 지역 문화를 꽃피우는 것이 문화관광재단의 첫 번째 역할입니다. 앞으로 재단이 영덕의 문화를 새로운 가치로 바꾸어가며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교두보 역할을 잘해주길 기대해봅니다.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농수산업의 활성화는 대단히 어렵고 힘들었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드론방제와 인력지원센터 운영, 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로컬푸드 직매장 개설, 로하스수산식품거점단지 조성과 어업지도선 운영 등 영덕 농수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군민 여러분,
지금 지방은 인구 소멸이라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영덕군도 12만에서 4만 아래로 사람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제는 계속되는 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되어야 했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재원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이런 고민이 영덕군정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영덕이 아름답고 경쟁력을 갖춘 문화 도시로 성장하길 꿈꾸었습니다.
저는 23년간의 국회활동과 8년 간 영덕 군정의 책임자로, 인생의 반을 넘겨서 영덕을 위한 일을 해왔습니다.
그만큼 남들보다 자세하게 오랫동안 영덕을 보아왔습니다.
우리 고장은 어디가도 대우받는 특산물이 즐비하고, 빼어나고 맑은 자연에다 깊고 진한 역사문화도 있었습니다.
2016년 상주와 영덕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곧이어 포항과 영덕을 잇는 철도가 개통되었습니다. 영덕 역에 처음 기차가 정차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이처럼 두근거리는 설렘이었습니다. 고속도로와 철도는 영덕에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만들었고, 관광 수익은 늘고, 투자가치도 높아졌습니다.
영덕은 가까워졌고, 기회의 흐름은 더 가까워졌습니다.
열린 마인드로 수없이 사람들을 만났고, 영덕의 가능성을 설파했습니다.
영덕은 천혜의 자연에 영덕대게도 있었지만, 곧바로 떠오르는 놀 거리와 묵을 곳은 없었습니다.
민선 7기, 케이블카를 비롯한 대형 체험 시설과 1천개 객실의 호텔, 리조트 유치를 목표로 잡고, 본격적인 민자유치에 나섰고, 기대 이상의 협약 성사를 일구어 낼 수 있었습니다.
물꼬가 트인 투자의 물길은 줄지 않고 놀랍게 커다래집니다. 영덕을 향한 투자 의향이 이제는 더 다양한 분야에서 쇄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도 도시 경쟁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었습니다.
2019년 영해 장터거리가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군부로는 최초였고, 지금도 유일합니다. 당시 문화재청 심사는 이전 사업의 논란으로 어느 때보다 엄격했습니다. 현장심사는 3번이나 이어졌습니다. 오직 역사적 가치와 해당 자치단체의 이해도가 선정 기준으로 작용되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영덕에게 기회였습니다. 영해장터거리는 이전 사업지와 확연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적산가옥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시절 영해부는 큰 고을임에도 다른 지방과는 달리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전통 한옥 건물이 대다수입니다. 지방의 작은 군이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항과 구국의 정신을 보존한 풍경 때문이었습니다. 괴시마을도 오랜 숙원을 풀고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우리의 자긍심이었던 역사가 이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우리 영덕군의 직원 여러분,
작은 일에도 많고 많은 지시로 여러분을 힘들께 했던 군수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지방의 소도시에서 행정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우리가 변화에 정체하면, 지역의 미래도 정체하게 됩니다. 영덕은 높은 발전성에도 지역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규제가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규제에 얽매이기보다 벽을 뛰어 넘는 개혁의 정신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영덕은 농림어업에서 유수의 특산물도 있고, 바다를 중심으로 우수한 관광 기반, 역사문화도 우리 지역의 차별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각 영역의 공간을 특색화해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은 영덕의 미래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훈시를 잊지 않는 까다로운 군수를 믿고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해주신 우리 직원 여러분 정말 고마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존경하는 영덕군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코로나 시대의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2년 넘게 일상이 제한되었고, 이웃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한 분 한 분 빠짐없이 모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경제도 어렵고, 바짝 오른 물가에 걱정도 앞서지만, 분명 달라진 일상과 새로운 날이 다가올 것입니다.
새들은 강한 바람이 불 때 일부러 집을 짓습니다. 그 집은 다시 세찬 비바람이 와도 끄떡없이 버텨준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려울 때도 더 나은 영덕을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도달했습니다. 혹독한 환경에도 하나 되어 일구어낸 영덕의 가치성장이 그만큼 우리의 미래를 단단하게 지켜줄 거라 굳게 믿습니다.
저는 곧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지난 8년, 제가 추진했던 모든 일이 모두의 만족을 가져다 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미흡한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덕의 도약을 향한 제 마음이 부족했던 적은 없습니다.
저의 진심을 믿고, 기꺼이 힘을 내어주신 영덕군민 여러분이 있어 영덕의 내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영덕군민으로 여러분과 더 가까이에서 함께할 날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 영덕군수 이희진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