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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활짝 열린 마음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2.07.06 15:27 수정 2022.07.06 15:28

우리는 쉽게 오픈마인드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마음을 닫지 말고 활짝 열라고 합니다.
그러면, 마음을 닫지 말고 활짝 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마음을 여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을 닫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무것도 문 안으로 들어 올 수가 없습니다. 다만 문 안의 주인이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들만 문을 열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러나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있으면 내가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깥의, 우주의 모든 것들이 자유로이 내 존재의 집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게 됩니다. 그 모든 무한한 지혜와 사랑과 힘들이 자유로이 오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마음을 닫고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내게 이득 되는 것만, 분별하고 판단하여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마음을 활짝 연다는 것은 그 어떤 분별도 일으키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애착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거부하지도 않고 다만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을 닫고 있을 때는 ‘나’라는 아상과 이기심이 중심이 되어, 문을 열 것인지 닫을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면 열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닫으며, 내 입맛에 맞는 것, 내 견해와 일치하는 것은 열고 내 입맛에 안 맞거나, 내 생각과 다른 것은 닫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을 열고 있을 때 아상은 타파되고 내가 아닌 우주법계의 질서와 차원이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됩니다.
문을 열고 이 우주법계의 진실에 삶을 내맡길 때, 나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무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모든 지혜와 힘이 무한한 자비로써 나를 돕기 시작합니다. 바로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한다는 것이고 원만구족과 온전함이 깃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마음의 문을 닫으면 깨어남은 더뎌집니다. 지혜도 자비도 내게 들어오지 못합니다.
마음을 닫고 있는 사람에게는 계속적으로 똑같은 진부한 일상만이 반복될 뿐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마음을 열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당장에 마음만 열면 내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이 언제든 들어 올 준비를 하고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마음을 열고자 한다면, 먼저 내 마음 속에서 반복되는 좋고 싫다는, 옳고 그르다는, 맞고 틀리다는 분별과 차별심을 잘 관찰하고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설사 주어진 우리의 인생길에 굴곡진 역경이 주어질지라도 삶을 거부하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고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놀이하듯 즐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완전한 수행입니다.

자명스님(기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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