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와 혀만 가득한 천국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천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기대감을 갖고 천국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안내인을 따라 천국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손님은 육신은 없고 귀와 혀만 가득한 것을 보고 의아해 하며 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몸은 어디 가고 귀만 천국에 와 있는 거요?"
"나는 생전에 불교를 믿었는데, 법문을 설하는 데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하여 훌륭한 설법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듣고 있을 때뿐, 그것으로 그만이었지요. 결국 좋은 독경소리와 훌륭한 설법을 많이 듣게 된 귀만 성불하여 이 곳에 오게 되었지요."
의문이 풀린 손님은 다시 천국에 있는 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몸은 어디가고 혀만 천국에 와서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까?"
"나는 이전에 기독교를 열심히 믿었답니다. 성경도 줄줄이 외우고,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싸워가며 심방과 전도도 하고 거리에서 목소리 높여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곤 했지요. 그 덕분에 하나님께 인정받아 이 혀만 천국에 오게 된 거랍니다."
귀나 혀만 천당 가고 극락 가는 종교인, 나와 여러분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입니다.
다시 말하면 '닦을 수(修), 행할 행(行)', 몸소 실천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불교는 관념의 종교가 아닌 실천을 통하여 행복의 세계로 나아가고, 깨달음의 완성의 경지로 점차 다가가는 것입니다.
바르게 믿고(信), 정확하게 이해하고 (解), 실천을 통하여 (行) 스스로 체험의 세계에 다다르는(證)것입니다.
철저한 믿음도, 가르침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신해행증(信解行證)은 어느 것이 먼저고 나중이냐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것은 동시에 일어나고 동시에 실천되어야 되는 것입니다.
자명스님(기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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