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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고뇌의 타파, 그리고 소멸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2.09.06 12:42 수정 2022.09.06 12:47

고뇌, 다시 말해 괴로움과 번뇌에서 벗어나고 싶으신가요?
이 이야기를 먼저 보십시다.
히말라야 근처에 위대한 성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위대한 스승 밑에 똑똑한 제자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그때마다 스승은 "그래 내가 가르쳐 주마.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세월이 흘러 1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어느 날 스승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제자를 데리고 숲속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너에게 고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내 뒤를 따르거라."
하시고는 정신없이 숲 속을 뛰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스승은 느닷없이 나무를 끌어안고는 살려달라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는 나무에 매달린 스승을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나무에 매달린 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자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무가 스승을 놓아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도리어 나무를 잡고 놓지 않고서는 오히려 살려살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는 스승에게 나무가 스승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승님이 나무를 잡고 놓지 않는 것이니 나무를 잡은 손을 놓으라고 하니 그때서야 스승은 마지못해 나무를 놓으면서
"제자야, 바로 이것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란다."하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 누가 강제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고통을 붙들고 있으면서, 그 고통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에서 '~~하는 방법' 이라고 검색해 보면 그 방법들이 마구 마구 넘치고 있습니다.
수많은 그 방법들에 분별심만 오히려 더 커져 지레 포기하거나 애써 망각해 버리는 길을 택해 버립니다.
수십, 수백가지의 방법을 찾기보다는 하나의 '왜, 무엇때문에 힘들어 하는가?'라는 스스로를 향한 의문제기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자명스님(기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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