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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혜로운선인들의교훈-고사성어]천고마비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2.09.29 13:14 수정 2022.09.29 13:16

하늘은 높아 푸르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맑고 상쾌한 가을 날씨 또는 가을을 의미하는 말이다. 곧 가을은 기후가 매우 좋은 계절임을 형용하여 이르거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비유하는 말이다.
해당 표현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의외로 중국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표현으로, 중국에서는 추고마비(秋高馬肥)라는 표현이 보통 쓰인다. 추고마비 또한 그 유래가 확실하지 않으며, 한서 흉노전이나 두보의 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조선실록에서도 추고마비라는 표현은 등장하지만 천고마비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 변화된 표현이 일제시대 즈음 한국으로 들어와 쓰이게 되었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
추고마비라는 표현은 본래 다분히 부정적인 표현이었다.
《한서》 〈흉노전〉에 보면, 이 말은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유목민족 흉노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흉노족은 지금의 만리장성너머 북방에서 말을 타고 수렵 생활을 하며 사람을 해치거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던 유목 기마민족이었다. 이들은 넓은 초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말에 풀을 먹여 말을 살찌웠는데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가을이면 이 말을 타고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와 농민들의 가축과 곡식을 약탈해 갔다. 북방 변경의 중국인들은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가을철이면 언제 흉노족이 침입해 올지 모르니 미리 이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중국에서도 '추고마비'란 말의 뜻이 변하여, 오늘날은 누구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추고마비'보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을 더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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