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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이프 문화일반

프로파일러 권일용을 만나다

포스트신문 기자 입력 2025.07.10 10:27 수정 2025.07.10 10:29

가족이니까 이해해달라는 건 착각···성격 인정해야 갈등 멈춘다.


 “집은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살인의 대부분은 낯선 곳에서 벌어지지 않습니다.”

 권일용 전 경찰청 프로파일러(현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6월 23일 대구 서구문화회관에서 열린 ‘2025 인생백년 아카데미 토크콘서트’에서 “강력범죄는 낯선 이가 아닌, 가까운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30년 넘게 수천 건의 강력범죄를 분석하며 얻은 통찰을 토대로, 살인의 대부분이 ‘집’, ‘직장’, ‘이웃’ 등 일상 속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폭력 신고가 가장 많은 시점은 명절 전후”라며, 감정이 축적되고 폭발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강조했다.

 특히 “배려는 끝나야 한다”며 “매듭을 짓지 않은 배려는 언젠가 분노로 되돌아온다”고 배려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권 교수는 자녀나 배우자에게 헌신한 기억이 쌓이다 보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는 기대가 생기고, 이는 곧 실망과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라면 한 그릇 때문에 벌어진 살인 사건”으로 비유하며, “문제는 라면이 아니라, 그 전에 쌓여 온 감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범죄 변화 양상도 조명됐다. 권 교수는 보이스피싱을 ‘진화한 강도’로 규정하며, “지금도 경찰서 세트장에서 영상통화까지 준비하는 수준”이라며 “전 재산을 잃고도 피해자들이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내가 SNS를 하지 않아도 내 주변 사람들이 올린 정보만으로도 표적이 될 수 있다”며 “개인의 말 한 마디, 게시물 한 줄이 범죄자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성격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라며 “행복은 남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싸우지 않을 방법을 찾는 데 있다”고 전했다.

청송영양취재본부 김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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